국어과 교수학습자료/고전산문

[첨부파일 다운로드] 광한루기(廣寒樓記)(수산 作) 원문/전문

광합성 도우미 2025. 3. 1.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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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한루기(廣寒樓記)(수산 作) 원문/전문

2024년 고3 9월 모의평가(평가원) 기출 부분

 

그네 뛰는 모습을 이도린이 보고 자기도 모르게 눈앞이 어질어질하여 김한에게 말했다.
“너는 저런 것을 본 적이 있느냐? 저것이 금이냐, 옥이냐?
아니면 귀신이냐? 그것도 아니면 선녀냐? 너는 저것을 아느냐?”
김한이 대답했다.
“금도 아니고 옥도 아닙니다. 낙수(洛水)에 빠져 죽은 이의 넋도 사라지고, 양대(陽臺)에서 구름과 비를 만들었던 여인의 일도 이제 아득하기만 한데, 어떻게 귀신 같고 선녀 같은 아가씨가 요즘 세상에 나타났겠습니까?”
“그렇다면 누구란 말이냐?”
“이 사람은요…….”
“이 사람이 누구냐?”
“도련님께서는 교방 행수 기생 월매를 기억하시는지요?”(이게 무슨 말이야?)
“저렇게 젊고 아리따운 여인을 어떻게 반쯤은 쭈글쭈글해진 노파에다 비교할 수 있느냐?”
“저 사람은 월매의 딸 춘향입니다.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며 글도 잘하고 바느질도 잘하며 그 용모와 자태는 정말 절색입니다. 남원의 절색일 뿐 아니라 도내의 절색이요, 도내의 절색일 뿐 아니라 국내의 절색이라 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이도린이 매우 기뻐하며 말했다.
“풍류를 즐길 만한 인연이 정말이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구나. 네가 가서 불러 오거라.”
“도련님께서는 저 아이를 불러다가 무엇을 하시려고요?”
“고운 얼굴 한번 보려고 그런다.” (어찌 그렇지 않을 수 있겠는가?)
“도련님께서 저 아이를 보시고 무엇 하시려고요?”(눈치 빠른 김한)
“내가 이 일을 하든 저 일을 하든 네가 알아서 뭣 하느냐?”
“부른다 해도 저 아이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
“오고 안 오고는 저 아이한테 달렸지 너한테 달리지 않았으니, 너는 그 새 주둥이 같은 입을 그만 닥치거라.”
이에 김한이 머리를 떨구고 갔다.

원래 춘향은 풍경을 즐기려는 옆집 여자 아이를 따라 나온 것이었다. 채색 줄로 만든 그네를 탔는데, 봄바람에 옷자락이 흐트러져 버드나무 가지를 꽉 잡은 채 그네를 멈추고 옷매무새를 바로잡으려 했다. 그때 갑자기 광한루 위에서 사람의 말소리가 들리자(이게 누구지?) 춘향은 몸을 돌려 꽃그늘 속으로 들어가 숨고서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도린이 꽃무늬가 있는 작은 종이를 손에 쥐고 홀로 광한루 동쪽 난간에 기대어 있었는데, 그 모습이 티 없이 맑아 춘향은 은연중에 찬탄하는 말을 내뱉 었다. 갑자기 김한이 바쁜 걸음으로 와서 불렀다.

“춘향 낭자 어디 있소?”

춘향이 다시 몸을 돌려 숨었기 때문에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김한이 이리저리 찾아보다가 꽃그늘에까지 와서 춘향을 발견했다.

 

(중략)

 

김한이 웃으며 말했다.

“춘향은 노여워 말고 내 말 한번 들어 보오. 어제 남문 밖 큰 길에서 까치 같은 옷차림의 사령들이 쌍쌍이 앞에서 인도하고, 호랑이 무늬의 활집을 진 군관들이 대열을 이루며 뒤에서 호위한 채, 한 귀인이 구름 같은 가마에 앉아 아전들과 기생들 사이를 누비고 다녔는데, 낭자는 그 사람이 누군지 아오?”

“네가 또 쓸데없는 말을 하는구나. 내가 어찌 본관 사또를 몰라보겠느냐?”

“내가 말한 귀인은 바로 사또 자제 도련님이오.”(기특한 김한)

“사또 자제 도련님이 나와 무슨 상관이냐?”

“낭자, 우리 도련님을 한번 만나러 갑시다.”

“도련님이 어떻게 춘향인지 추향인지 알겠느냐? 네가 춘향 입네, 기생입네 하면서 농지거리해서 일을 벌였겠지. 나는 죽어도 못 간다, 죽어도 못 가.”

“춘향 낭자, 그대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이면서 이다지도 사리를 분별하지 못하오? 속담에도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라고 했듯이 도련님께서 춘흥이 발한 것이 우연히 오늘이며, 낭자가 그네 뛰며 논 것도 마침 이때이니, 이는 참으로 그렇게 하지 않았는데도 그렇게 된 것이오. 도련님께서 낭자를 보시 고는 ‘귀신이냐? 선녀냐?’라고 물으시기에, ‘귀신도 아니고 선녀도 아닙니다.’라고 말했고, ‘그럼 누구냐?’라고 하시기에, ‘행수 기생의 딸입니다.’라고 말했소. 젊은 사내가 어찌 한 번쯤 그 아름다움을 살피려 하지 않겠소? 춘향 낭자는 잘 헤아려서 처신하시오. 갈 수 있으면 가는 것이고, 못 가겠다면 못 가는 것이지만, 화와 복이 눈앞에 놓여 있으니 낭자는 잘 생각하시오.”

춘향이 한참 동안 잠자코 있다가 말했다.

“네 말이 일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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