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 제3장 품사 14. 재귀칭 대명사에 대한 다양한 관점
(가) 민수i는 자기(i) 가족을 사랑한다. (나) 민수i는 그(?i)의 가족을 사랑한다. (다) 그i는 자기(i) 가족을 사랑한다. (라) 그i는 그(?i)의 가족을 사랑한다. |
(가)와 (다)에서 대명사 ‘자기’는 선행하는 주어 명사구 '민수'와 '그'를 가리킨다. (나)와 (라)에서 대명사 ‘그’가 가리키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자기’와 마찬가지로 ‘민수’와 ‘그’를 가리킨다고 보는 견해, ‘민수’와 ‘그’가 아닌 제3의 인물을 가리킨다고 보는 견해, 나아가 아예 비문으로 보는 견해 등으로 나뉜다. 각 견해에 대한 상세한 논의는 생략하겠다. 이렇게 다양한 관점이 있다는 사실만 알고 넘어가자 .
(마) 철수가 영수에게 자기 책을 읽히었다. |
'자기'가 '철수'를 가리킬 수도 있고 '영수'를 가리킬 수도 있다. '철수'는 책을 읽도록 만든 주체이고 '영수'는 책을 읽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읽히다, 잡히다, 끌리다'와 같은 사동사나 '보내다, 가르치다'와 같이 사동의 의미를 내포한 동사는 재귀칭 대명사로 인해 중의적 표현이 되기도 한다. 재귀칭 대명사가 선행어로 주어 명사구를 가리킬 수도 있고 부사어 명사구를 가리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바) 진호i는 영수j가 자기(i/j)를 천재라고 생각하는 것이 우스웠다. |
재귀칭 대명사로 인한 중의성은 안은 문장에서도 발생한다. (바)를 ‘영수가 자기를 천재라고 생각하다’와 ‘진호는 X가 우스웠다’의 결합으로 분석한다면 ‘자기’의 선행사는 ‘영수’가 된다. 반면 ‘영수가 진호를 천재라고 생각하다’와 ‘진호는 X가 우스웠다’의 결합으로 분석한다면 선행사는 ‘진호’가 된다.
(사) {그, *자기}는 올해로 마흔을 넘겼다. (아) {그, *자기}의 이름은 무엇일까? (자) 자기가 뭔데 나서는 거야? |
'자기'는 문장 내 선행사와 호응해야 하므로 문장 첫머리에서 쓸 수 없다. 예외적으로 '자기'가 문두에 나타나는 때가 있는데, 상황이나 문맥에 의해 화자, 청자에게 동일한 대상으로 제시되어 있는 경우에 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