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 제1장 형태소 7. 매개모음의 인정 여부와 기본형 선정
이른바 매개모음 ‘으’가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으로/로’, ‘으시/시’ 등이 그 예이다. 이 경우 매개모음의 인정 여부가 기본형 선정에 영향을 미친다.
매개모음을 인정하는 경우 ‘으’를 포함하지 않는 형태를 기본형으로 한다. 이 경우 ‘으’는 음운 환경에 따라 첨가되는 별도의 음운으로서 형태소 분석 대상이 아니게 된다. 쉽게 말하면 ‘으’는 형태소가 아니다. 따라서 /으로/, /으시/라는 형태는 존재하지 않는다. 기본 형태 {로}, {시}만 존재한다.
매개모음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 ‘으’는 더 이상 음운론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하나의 형태로 간주해야 하므로 형태소 차원으로 넘어와야 한다. 매개모음이 들어간 형태와 들어가지 않은 형태는 음운론적 이형태이다. ‘공책으로/연필로/교과서로’, ‘먹으시다/가시다’와 같이 음운 환경이 형태를 결정한다. 매개모음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 ‘으’를 포함한 형태를 기본형으로 한다. 기본 형태에서 다른 변이 형태로 바뀌는 문법적인 절차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으로/의 경우 ㄹ을 제외한 자음으로 끝나는 체언 다음에 실현된다. /로/의 경우 모음이나 ㄹ로 끝나는 체언 다음에 실현된다. /으로/를 기본 형태로 삼으면 형태소 {으로}는 모음이나 ㄹ 뒤에서는 '으'가 탈락한다고 설명하면 된다. 반면 /로/를 기본 형태로 삼으면 ㄹ을 제외한 자음 뒤에서는 '으'가 덧생긴다고 설명해야 하는데 왜 하필이면 '으'가 덧생기는지에 대하여 설명하기가 어렵다. 약모음이 첨가되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는 있으나 왜 약모음이 첨가되냐고 되물으면 설명하기 어렵다.